연인이 여행 계획을 세우자고 할 때 난 지금 직장, 학교에서 종일 일을 하고 온 상태라면
난 이렇게 말해. "네가 좋을 대로. 네가 결정하는 데로 할게."
혹은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아침 운동을 하기로 했어. 그런데 늦잠을 자버려서 운동을 못하게 됐네?
그래서 저녁에 하기로 해. 하지만 퇴근 무렵,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
"오늘은 열일했고, 너무 피곤하니까 그냥 내일 아침에 꼭 하자."
또는 이런 경우가 있지. 밖에서 한참을 시달리다 집에 오면 별 것 아닌 일로 가족과 싸우거나 나와 조금 다른 생각의 방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를 내기도 해.
왜 우리는 결정을 미루는가?
왜 우리의 결심은 하루의 끝에 이르러 사라지고 마는가?
무언가를 하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되는가?
왜 우리는 쉽게 화를 내는가?
그건 우리가 선천적으로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점점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야.
사회심리학자 로이 비우 마이스터는 이 이론을 보통 운동에 비유하는데, 오래 달리기를 하고 온 사람에게 다시 오래 달리기를 하라고 하면 똑같이 달릴 수 있을까? 전혀 아니겠지. 자기 통제력 또한 이와 같아. 우리에겐 '자기 통제력'이라는 한정적인 자원이 있는데 유혹에 저항하고, 균형을 유지하고, 정해진 규칙을 정하는 등 자기를 규제하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점차 약해져 고갈돼간다는 거야. 이런 상태에 계속 놓인 사람들은 자아가 고갈된다고 해.
우리는 잠에서 깨서 다시 잠에 들 때까지 경쟁과 성과에 강요당하지. 시간이 흐를수록 결정과 유혹에 저항하느라 다 고갈되고 말지.
어렵고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인간관계를 처리하는 능력 또한 고갈돼. 나와 반대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능력도 고갈되고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능력도 고갈돼. 자아가 고갈되면 쉽게 화를 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하거나 사소한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에 쉽게 동조하거나 묵인하는 수동적이고 자동적인 현상이 일어나지.
슬픈 영화에는 더 슬프게 반응하고 행복한 영화에는 더 행복하게 반응하고 빡치는 일에 더 불같이 화를 내고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고 설득보단 묵인을 택하는 뭐 그런 거지.
그럼 자아 고갈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첫째, 아침 식사를 든든히 하자
자기 통제력을 발휘할 때 포도당이 많이 사용된다. 특히 채소나 견과류 같이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을 섭취하라. 빵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혈당 지수가 높은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자기 통제력 주기가 짧아지기 때문.
둘째, 피로할 때는 잠을 자라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 활성화 과정을 방해하고 단기적으로 자기 통제력을 잃게 만든다. 의지력을 최대한 사용하고 싶다면 우선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라. 폭음, 도박, 폭식 등이 모두 밤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셋째, 좋은 습관을 만들어라
올바른 자세, 매일 운동하기, 날마다 일기 쓰기 등 꾸준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단련하라. 한 분야의 자기 통제 훈련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의지력을 향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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