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우연히 시각 장애를 가진 원샷 한솔님의 영상을 봤다.
레버 시신경 병증으로 모계유전 질환을 가지셨는데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모습이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었다.
영상을 보면서 웃고 공감하고 또 슬프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분을 보고 안타까워 하는게 과연 이 분을 위한 생각인가, 라는 생각과 더불어 지금 내 상황을 되돌아 보고 반성하게 됐다.
근데 이런 모습조차도 그들에게 상처가 되는게 아닌가 조심스러웠다. 한솔님 채널에서 안승준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님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비장애인인 줄 알만큼 굉장히 능숙하게 움직이셨다.
특히 이 분의 말이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영상을 건너 건너 세바시 강연을 보게 됐다. 적절한 위트와 말솜씨가 매력적이신 선생님이셨다.
다른 영상에서 장애인의 날에 대해 말씀하신 걸 들었는데, 전세계 장애인은 10%이니 일년 365일 중 10%인 한 달은 장애인의 달로 지정되길 바란다고 하셨다.
주변 장애인분들이 조금은 우려섞인 한마디를 하셨는데, 그 중 한 분이 장애인의 권리를 얘기하면서도 자연스레 비장애인의 눈치를 보고 있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아차, 싶었다. 나도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한달이나…?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한달이면 꽤 긴 시간이고 이 기간동안 장애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일상 생활에 큰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반대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꾀나 단호하고, 또 진지하게 선생님은 주장하셨다.
장애인은 고작 하루를 장애인을 위한 날이랍시고 무료 택배, 택시 등의 혜택을 얻는데 이마저도 그 수가 적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한달동안 장애인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겪어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지 않을까 라고 하셨다. (영상 속에서는 더 깔끔하고 논리정연하게 주장하셨기에 지금 내가 적은 것보다 더욱 설득력있는 말이다.)
무튼 나는 안승준 선생님의 말에 동의한다.
선생님은 오랜 시간 장애인으로서 수많은, 어쩌면 상상도 못해봤을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현실적인 제약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장애인의 날이랍시고 겉햝기 식의 행사에 억지로 초대받는 장애인은, 주인공이지만 주인공 아닌 곳에서 겉치레를 위해 참석하는 정치인, 연예인에 포커스를 맞추는 언론들. 얼마나 회의적이었을까, 얼마나 허망했을까. 내가 완전히 공감하고 이해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한동안 내 삶을 비관적이고 때로는 부정했는데, 그 시간들을 반성하고 빨리 잊고자 한다. 그러니까 회복을 하고자 한다.
인생은 아무도 모른다. 평생 멀쩡히 살던 내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점점 각박해지고 건조한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졌으면 한다. 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이 분들을 돕고 싶다. 꼭 잘 되서 여유롭게 타인까지 보살필 수 있는 멋진 어른이 되고자 한다. 꼭 안승준 선생님이나 다른 분들처럼 본인 삶을 치열하고, 현실에 맞서는 빛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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