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청춘 심보선

솹실버 2021. 11. 11. 22:31
거울 속 제 얼굴에 위악의 침을 뱉고서 크게 웃었
을 때 자랑처럼 산발을 하고 그녀를 앞질러 뛰어갔
을 떄 분노에 북받쳐 아버지 멱살을 잡았다가 공포에 떨
며 바로 놓았을 떄 강 건너 모르는 사람들 뚫어지게 노려
보며 숱한 결심들을 남발했을 때 한 귀로 듣고 한 귀
로 흘리는 것을 즐겨 제발 욕해달라고 친구에게 빌었
을 때 가장 자신있는 정신의 일부를 떼어내어 완벽한 몸
을 빚으려 했을 때 매일 밤 치욕을 우유처럼 벌컥벌컥 들
이켜고 잠들면 꿈의 키가 쑥쑥 자랐을 때 그림자가 여
려 갈래로 갈라지는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서 그 그림
자들 거느리고 일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갔았을 때 사랑한
다는 것과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 같은 말이었을 때 솔
직히 말하자면 아프지 않고 멀쩡한 생을 남몰래 흠모했
을 때 그러니까 말하자면 너무너무 살고 싶어서 그
냥 콱 죽어버리고 싶었을 때 그때 꽃피는 푸르른 봄이라
는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청춘이라는

 

숨도 쉬지 않고 연이어 읽게 되는 시.

공감하며 또 공감하면서 읽었다.

대충 어떤 감정인지 알겠다. 힘들 때 보면 오히려 격려로 읽히는 아이러니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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